내가 구상한 판으로 만들자!
만약에 야당에서 원내대표로 일하던 사람을 여당의 원내대표 자리를 바꾼다면 그 사람은 대단히 황당할 것이고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괴로울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나는 직장에서 겪었다. 직원의 의사를 대표하는 일을 한 사람은 그들을 상대하는 자리에 인사발령을 냈다. 나는 매우 황당했다. 과연 이게 누구의 아이디어 일까. 그 사람이 매우 원망스러웠다.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다섯 사람이었다. 과장, 우리팀장, 전임자, 인사팀장, 인사담당자.
의도가 있었다. 그 의도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막는다. 이 사람을 여기에 배치하면 직원대표들의 아우성이 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이득을 취하는 자는 누구였을까. 과장, 우리팀장이다. 그런데 이 둘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과장은 단지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일 뿐이고, 우리팀장은 불순한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전임자의 악 감정일 수도 있으나 그게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람으로 좁혀진다. 인사팀장과 인사담당자다. 이 사람들이 일부로 그런 것이기 보다는 마침 부서를 옮길 갑과 을이 있는데 그 짝을 맞추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황에서 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이건 안돼 하는 생각보다 이렇게 해도 되겠네 라는 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직원대표의 자리는 권위가 없었던 거다.
어찌 되었든 난 1년만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옮기는 이득을 취하는 대신 나는 다시 예전의 일을 하기로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임원 한 자리만 하겠다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부담이 덜 되었을 것이다. 그럼 집행부는 어떻게 꾸려 졌을까 갑돌이가 오늘 내가 말 한 것처럼 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점수를 매기면 평균 이상이다. 일단은 지금보다 여유 있는 자리로 옮기게 되었으니 이것은 90점이고, 집행부의 한 자리를 맞게 된 것은 60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의 상황은 내가 구상한 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서를 옮기게 되면 부서장과 팀장에게 집행부 임원에 대한 권위를 확실히 인지 시켜야 한다. 정치적 감각으로 예를 갖추어 가야 한다.
새해부터 야근이 길었다. 오늘은 이만하고 집에 가서 푹 쉬자. 그리고 앞일을 준비하자.